프롤로그 ~ 3장 쯤 정도의 사라의 이야기
인간은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면서 무언가를 갖고 태어난다. 무지한 맨몸으로 미지의 세계에서 아무 것도 소유 하지 않은 채로 시작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창조주의 인간을 향한 하나의 자비였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인간은 자신이 소유한 것을 완전히 버릴 수 있는 순간에 대해서 절망하며 눈물을 흘릴 수도, 아무 미련도 없이 모든 것을 무無로 만들 준비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 무량한 존재들이 소유한 무량한 운명 속에서 우리는 욕심을 내비치는 법이다.
그녀의 아침은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었다. 알림시계가 없어도 정해진 규칙적인 일상에 맞춰진 신체는 이른 아침에도 일어날 수 있는 법이다. 늦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던 걸 보면 그녀 역시 아직 어렸다. 하지만 그녀는 그 어린 생각에 맞춰줄 여유 대신에 머리를 땋고 교복을 입는 것을 선택했다. 때가 타지 않은 하얀 운동화를 신는 것이 등교 준비 과정의 마지막이었다.
좋은 리더라는 것은 좋은 책임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아무 것도’ 갖지 않은 상태였어도 자신인 사라 루멘 마저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에이스와 듀스,그리고 그림을 챙긴다는 것이 그녀의 책임감이 묻어 나오는 일이자 사라가 사라로 존재할 수 있는 일이었다.
솔직히 자신이 가진 것이 말 그대로 0이 되었다고 해서 사라는 좌절하거나 절망한 적은 없었다. 물론 그것들이 당연한 것들이라고 여기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18년의 세월은 100년도 못 사는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긴 세월이고 그 시간들이 쌓여 현재 그녀를 만든 것이니까. 하지만 여기서도 살아가야만 했었다. 자신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도 모른다,자신이 무언가를 잊어버리고 있다… 그런 생각들과는 첨예하는 무언가가 또 존재하였다. 아직 이름을 붙이기에는 조금 망설여지는 감정 같았다.
그녀가 세계가 자신의 도전을 받아줄지 물어보기 조차도 두려웠던 시기의 이야기이다. 운명의 형제인 숙명이란 강하다. 그것은 강한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고,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 하며, 공포에 군림하는 상대였다.
지금은 어쩌면 그 형제와 사라는 숨바꼭질 중이라고. 그들의 눈에 들키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고. 들키지 않기 위해 자신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그녀가 태어나면서부터 소유한 모든 것들을 버렸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상황 속에서 사라는 잠시 잊었다. 18년간의 자신을 망각 하고팠다.
감독생,무슨 생각하냐는 물음에 눈을 뜨며 그냥,옛날 생각했어, 라고 답했다. 저물어가는 하늘을 보며 진정한 그녀의 시간은 또 흐른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그저 존재 자체로 서 있는 사라의 시간이. 아니 어쩌면 존재가 존재를 소유한,사라가 사라를 소유한 아주 당연하고도 이제까지 흘렀던 적 없는 멈춰있던 시간만이.
